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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COVID-19을 대하는 유학생의 자세 09
Summer | 학교(수업,학업) | 2020.09.18

전 세계가 패닉인 2020년에 국경이 닫힌 캐나다에서 유학을 하는 건 어떤 정도의 패기인걸까. 

그 누가 뭐라고 하든 씩씩하게 2020년 코비드를 뚫고 벤쿠버에서 유학생활을 해 나가고 있는 나는 

한국에서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30대 여자사람이다. 나는 별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유학생활을 하루 빨리 접고 귀국하라고 말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응원하며 그 용기를 칭찬해주기도 했다. 

 

3월 팬데믹 시작 이래로 내가 보기로 계획한 전문 시험은 올해 전부 취소되었고, 

그 때문에 나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수강을 포기하고 자국으로 돌아갔다. 

 

6월부터는 TESOL과정에 수업신청을 한 학생이 오로지 나 한명 뿐이라 수업이 전면 폐강되어서 나는 그냥, 

그렇게 수업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리며 ELS수업을 듣는 중이다. 

올해는 전공수업이 열릴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안 사람들은 나보고 ‘왜 한국으로 안돌아갔느냐’고 물었고, 

모두가 내가 ‘바로 귀국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존버’정신이 강한 나는 내가 끌어 모을 수 있는 모든 ‘도움’과 능력을 총동원해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 하는 중이다. 

올해에 전공 수업이 열릴 계획이 없기에 사실 나는 이번 ELS 수업을 마치면 한국으로 귀국해야 할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나는 올해 내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 2020년 유학을 하기로 결정했고 이곳 캐나다에서 목표한 바가 

정확하게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반드시 이루고 나서야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연재글의 마지막인 열 번째, 오늘의 이야기는 ‘인연’ 이다.

나는 유독 피천득의 ‘인연’ 이라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고3시절 문학 선생님께서 매수업 시작전에 칠판에 적어주시던 글귀와 학생들에게 나눠주시던 소설 구절들은 

그 시절 나의 다이어리에 매일 기록되었고, 세월이 지나 같은 학교 같은 교실 내가 교생실습을 하기위해 

학생이 아닌 선생님으로 아이들 앞에 섰을 때 스물 일곱살의 나는 학생들에게 매일 아침 조례시간마다 

내 다이어리에 적혔던 글귀들을 그대로 칠판에 적어주었다. 

내가 가장 아끼는 구절이라며 교생실습 마지막 날 조례시간에 아이들에게 적어준 글귀는 

역시나 가장 사랑하는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수필의 구절이었다. 

 

‘그리워하는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난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라는 구절. 

다양한 사람들을 밴쿠버에서 만나면서 나는 또 한번 그 구절을 생각했다.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많은 사람들, 만나고 헤어지는 수많은 사람들, 새로운 인연에 대해 많이 배웠고 

이 배움 또한 지금 내가 밴쿠버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하나의 이유일것이며 내 삶의 큰 경험일 것이다. 

 



한국에서, 한해에 천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는 직업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캐나다에서 만나는 사람의 숫자는 터무니없이 적다. 

그러나 내가 만나는 소수의 사람들이 주는 임팩트는 한국에서의 천명 이상이다. 

나는 2020년 코로나 사태에 캐나다에 머물면서 한국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한국에 있었다면 도저히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과 연이 되어 삶에 큰 자산이 될 좋은 인연들을 선물로 받았다. 

작든 크든 나에게 좋은 영향력과 도움을 주는 많은 사람들. 그 수많은 에피소드 들을 어떻게 다 기술 할 수 있을까. 

 


 

내가 2020년 코로나 사태에도 유학생활을 꾸역꾸역 진행해 나가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모두는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어디에서 어떻게 만났느냐’고 묻는다. 

나는 ‘내가 운이 좋았다’고 대답하지만 사실 진실한 나의 대답은 내가 가진 ‘사람 안목’ 덕분이다, 

서른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나는 영화 소재로나 쓰이는 엄청난 사건사고들을 겪으며 살았다. 

모두가 나중에 반드시 책을 쓰라고 할 정도로 다이나믹한 사건사고가 넘치는 삶을 살면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결과 나는 ‘경험 허투루 하지 않은 삼십대’로 성장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내가 새로이 만나는 사람들이 

내 인생의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갈 사람인지 재빠르게 알아챌 수 있는 안목과 사람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을 갖게 해주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렇게 한국에는 낼수 없는 ‘미친 용기’ 와 ‘겁 없는 패기’로 만난 많은 새로운 사람들은 

이 힘든 시기에 유학생활을 버티게 해준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이 시기에 유학을 하겠대도 말리지 않고 싶다. 

도전하라고 응원 해주고 싶다. 

 

인류 역사상 특별한 한해가 될2020년. 그러니 2020년 전에는 경험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을 부딪혀보라고 하고 싶다. 

비록 반드시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님 또한 인지해야 한다. 모든 선택과 기회는 언제나 동전의 양면을 동시에 감수하는 것이다. 

새로운 ‘인연’을 얻는건 새로운 ‘이별’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찌되었든, 지구 반대편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 

 


 

단순히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면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단순한 안목만으로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에 부족하다. 

용기내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자세가 있어야 한다. 

지금의 인맥에 안주하지 않을 용기,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을 용기, 새로운 것을 경험할 용기, 그런 것들이 있어야 한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세상은 나를 내버려 두고 너무나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21세기의 삶은 매순간 위험을 감수하고 

배팅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인연 역시 그렇다. 

20대 곧줄 믿어왔던 말중에 이런 말이 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막연한 기대는 30대에는 접어야 한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좋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들의 눈에도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그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오래도록 있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관계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인맥이 된다. 

그렇게 나는 ‘그 누구에게도 계산하지 않고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 이고 ‘사랑을 주고 받는것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 으로 

삼십년을 살았고, 그 결과 지금의 나는 수천만명의 아군은 없지만 단한명의 적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맺어가는 ‘관계’들이 의미있는 관계가 아닐까. 

 



‘인연’을 주제로 마지막 연재글을 쓰다보니 200일 조금 넘는 유학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2020년 2월 20일.  코로나로 한국 전체가 난리일 때 캐나다로 떠나는 사실을 안 주변사람들은 내가 ‘코로나 청정지역’에 간다며 부러워 했다. 

그러나 그 부러움은 채 보름을 가지 못했다. 3월 중순 갑작스럽게 밴쿠버 전체가 Shutdown 되자마자 9 to 4 

학교 수업은 9 to 2 온라인수업으로 바뀌었고, 수업의 질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모든 상황에 적응하느라 어렵고 힘들었다. 

과거의 생활에서 누릴 수 있었던 모든 ‘당연한 것’ 들은 온대간데 없었으며 그로인해 나는 막대한 금전적 손해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아는 95% 사람들이 짐을 싸서 떠났다. 

나도 당장 귀국해야 하나 하는 고민,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들, 

6개월 동안 4번의 이사, 한국에선 절대 없을 모든 일들이 이어지는 날들의 스트레스, 

그리고 그 어느 것 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지독한 외로움은 사람만나기 힘든 코비드 상황에 이겨내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죽을 쏘냐.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한국에서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삼십대 여자사람이다. 

삶에서 내가 무언가 손해를 보았다고 해서 반드시 그 손해가 끝까지 손해라는 법은 없다. 

지금 당장 회복 불가능 할 것 같은 손해이고 무모하고 앞이 안 보이는 도전처럼 보이겠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인간의 인생이란 

원래가 과거의 인간보다 훨씬 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다이내믹' 한 것이기에 지금 당장 어렵다고 해서 때려치우지 말아야 한다. 

 

그런생각으로 202일의 유학생활을 해왔다. 그리고 지금, 이제. 나는 너무나 짧은 밴쿠버의 여름을 보내고 

아침저녁으로 을씨년 스러운 가을을 만나고 있는 중이다. 

해가 매일매일 빠르게 짧아지는게 느껴지는 지금, 비록 지금의 벤쿠버는 미국에 산불로 인해 공기에서 탄 냄새가 나고 

나쁜 연기로 인해 내 눈은 따끔거린다. 공기좋던 이곳은 전세계 대기오염 1위를 찍었으며, 

이상 기후로 인해 온천지에 나방이 날아다니는 초유의 사태 대잔치인 가을이다.

 



 매일 매일이 심장이 졸린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을 마주한 날은 기분이 영 찝찝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내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지금은 '당장 내가 아는 사람'이 코로나에 걸리고 있다. 내 '인연'들이 코로나에 걸리는 중인것이다. 

내 손은 하도 씻어서 곱디곱던 손이 6개월만에 폭삭 늙어버렸고 손 소독제 구매와 알콜 구매로 

모든 쇼핑을 대신하고 있는 중이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최선이라 

나는 코로나도, 격리도, 외로움도 받아들인 지가 오래전이다. 

 

스피킹 늘리겠다고 외국인 득실득실한 파티에라도 초대받으면 좋으면서도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막대한 시간과 금전을 투자해서 캐나다에 있는 나는 올해 나는 어디든 갈수도 안 갈 수 도 없다. 

피곤해서 목이라도 따끔따끔하거나 잔기침이라도 나는 날엔 ‘미치겠다. 이거 코로나인가’ 하는 극도의 공포감이 몰려오며, 

코로나 걸리면 검사를 어떻게 해야되는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되는지 그저 막연하다. 

나는 의료보험도 영어도 없는 외국인 유학생이기때문이다.  

아무것도 보장된게 없는 이방인인 나는 두려움에 떨지만, 그래도 개인방역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 

그저 귀국하는 그날까지 건강하기를 바랄뿐이다. 

 



매일 한국에 있는 ‘인연’들이 생각이 난다. 보지못해 그립고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21세기 답게 언제든 영상통화하고 

하루에도 수십번 카톡 해서인지 가족들을 제외한 친구들은 그냥 한국에서 언제나와 같이 바빠서 못 만나는 느낌이다. 


한국에 있는 나의 모든‘인연’들도 이곳 밴쿠버처럼 자신의 미래와 나은 삶을 위해 오늘도 나아가고 있겠지. ‘가치있는 인연’ 들처럼 ‘가치있는 것’들은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매일 마음을 다잡고 하루를 잘 살기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의 기회는 내 일생일대의 기회이니까.
 마지막 글이라 나의 근황을 더 전할길이 없겠지만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이 유학생활을 반드시 잘 마치고 귀국하기를. 

한치앞을 알 수 없는 2020년을 무사히 마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코로나로 사람만나기를 조심해야하는 외로움 속에 소중한 ‘인연’들이 더 그리운 가을, 

당연했던 것들에 대한 새삼스러운 감사 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부디 잘 마치고 가기를, 내가 목표했던 것들을 무사히 완수하고 가기를 나의 ‘존버’정신이 끝내 승리하는 2020년이 되기를. 

그리고 소중한 ‘인연’들이 ‘오래도록 함께하는 인연’ 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2020년 9월 17일 밴쿠버에서 - 김지유